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악용돼 적발·동결되는 ‘대포통장’ 계좌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대규모 대포통장을 유통한 범죄조직원 수십 명을 검거했다. 금융 사기, 납치 범죄, 비자금 조성 등에 악용되는 ‘대포통장’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해 절망에 빠트리는 핵심 매개체다.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효율적인 특별 조치들이 시급하다. 억울한 피해 국민을 양산하는 ‘대포통장’ 고질병을 뿌리 뽑기 위한 보다 확실한 방책이 절실하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수도권에서 활동한 대포통장 유통조직 3곳의 조직원 48명을 검거하고, 총책 A씨(40대) 등 25명을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수도권 일대 모텔과 폐업한 홀덤펍 등을 임대해 사무실로 사용하면서 노숙인 등 196명의 명의를 빌려 유령법인을 설립한 뒤 대포통장 947개를 개설·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이 확보한 계좌는 투자리딩 사기 조직은 물론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 등 각종 범죄조직에 공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은 대포통장 1개당 월 150만~200만 원의 사용료를 받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계좌 유통 경로를 역추적해 1차 조직을 검거한 데 이어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던 대포통장 조직 2곳도 추가 적발했다. 또 구속된 피의자 중 일부는 지급정지된 대포통장에 남아 있던 예금을 돌려받기 위해 허위 소송을 제기하는 수법으로 5억6천여만 원을 가로챈 사실이 확인돼 추가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범죄 후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한 용도로 악용되는 ‘대포통장’은 통장을 개설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비정상적인 통장이다. ‘대포통장’을 활용한 범죄는 다양하다. 보이스피싱·불법사금융·온라인 도박·신종 피싱 등 거의 모든 불법 금융 범죄에 동원되는 ‘범죄 인프라’ 중 하나다. 비자금 관리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대포통장’ 계좌 숫자는 지난 3월 처음으로 4500건을 웃돌면서, 2년 전 월평균 1500여 건 수준과 비교해 3배 폭증했다. 금융감독원 ‘채권소멸 사실공고’ 공시를 분석한 결과, 올 3월 금융 사기에 악용돼 적발·동결된 계좌는 4510건으로, 공시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채권소멸 계좌 추이는 2년 전 2024년 월평균 1535건에서 지난해 2302건, 올해 1~4월 평균 3747건으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채권소멸이 확정돼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환부 대상 채권액도 2024년 930억원에서 2025년 1674억 원, 올해는 지난 4월까지 804억 원을 기록해, 전년 채권액의 50%에 육박했다. 금융위원회가 공개하는 불법사금융 거래 제한은 ‘빙산의 일각’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보이스피싱에 주로 사용되는 ‘대포통장’ 피해 근절을 위한 대책은 결코 간단치 않다. 전문가들은 첫째 계좌와 자금흐름에 대한 즉시 동결과 환급의 자동화 강화, 둘째 대포통장과 접근매체의 유통 원천 차단, 셋째 국제 송금 및 가상자산을 통한 세탁 차단, 넷째 발신 통신구조의 인증 의무화, 다섯째 범죄 수익 환수체계 강화, 여섯째 금융회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의 피해예방의무 강화, 일곱째 범법자 처벌의 정합성과 양형지침 정비, 여덟째 분쟁구제의 문턱 낮추기, 아홉째 신고·지급정지·수사·환급 등 공공기관의 역할 통합 등을 종합적인 처방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포통장’은 한마디로 말해서 교활한 사기 범죄자들이 순박한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악마의 빨대 역할을 하는 변태적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관계 당국의 의지다. 국내외를 넘나드는 범죄인 만큼 근절책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1000개에 가까운 ‘대포통장’이 일시에 적발되고 신규 개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은 절대로 방치해서는 안 될 범죄 쓰나미의 예고로 읽어야 한다. 현실은 훨씬 더 강력한 근절대책을 갈망하고 있음이 역력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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