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빠를수록 회복과 완쾌 가능성 높아져
손쉽게 도움 청할수 있는 환경적 지지 필요
전 구성원 참여 거버넌스 구축도 예방 한 몫
조민식 서정대학교 청소년상담복지과 학과장
청소년기 충동억제와 통제력은 성인기보다 약하다. 이로 인해 심리상태가 불안정하면 더욱 무언가에 몰입하려 하는 경향을 보인다. 중독이 청소년에게 위험하고 치명적인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잠시도 놓지 못하는 청소년에게 최근 ‘범죄의 늪’으로 밀어넣는 유혹의 손길이 뻗치고 있어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이버도박이 청소년의 중대 문제로 떠오른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수를 뻗치는 사이버도박은 청소년을 새로운 돈벌이의 표적으로 삼으며 무차별적인 공세를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도박의 덫에 걸린 청소년은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스스로 범죄의 길로 들어서면서 돈보다 귀한 인생의 시간을 탕진하게 된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얼마나 빠르게 확산하는지는 경찰의 단속 실적이 말해준다. 2024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에 적발된 청소년은 전국에서 7천200여명에 달한다. 이보다 더 큰 위험 신호는 단속에 걸린 청소년들이 참여한 사이버도박의 종류가 스포츠토토 모방 사이트를 비롯해 홀덤, 바카라, 슬롯게임 등 성인 도박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이 도박에 쓴 자금은 대부분 학교 폭력이나 절도, 소액 사기, 조건만남, 보이스피싱 전달책 등 각종 범죄행위로 얻은 수익인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은 처음엔 단순히 호기심으로 사이버도박에 발을 들여 놓게 된다. 그러나 도박 사이트의 교묘한 술책에 넘어가 순식간에 중독 증세를 보이며 좀처럼 헤어나질 못하고 점점 중증 상태로 빠져든다. 결국 자기 통제력이 마비되고 옳고 그름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경찰 담당자들은 조사과정에서 상당수 청소년이 자신이 범죄를 저지른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한다.
사태의 심각성은 단발적 처벌로 청소년의 사이버도박 중독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빠져든 도박 중독은 한 시기로 끝나지 않고 성인기에 들어서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지속성을 갖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또한 도박으로 인해 발생하는 우울증, 대인기피 현상 등 심리적 문제를 방치하면 더욱 위험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박 빚 독촉에 시달리거나 개인정보를 빼앗기면서 극심한 불안 증상을 보이는 청소년도 있다. 이런 사실을 감추거나 혼자 고민하는 선택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이런 위험에서 청소년을 구해내는 건 학교와 사회의 역할이다.
먼저 청소년의 도박 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 치료가 빠를수록 회복과 완쾌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소년이 언제나 손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 이는 교육환경의 문제로 볼 수 있다. 학교 내나 인근에 전문 상담기관을 두고 자유롭게 고민을 털어놓고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환경적 지지 자원은 청소년의 중독 위험을 근본부터 해결할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최근 전국 지역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인터넷중독상담센터는 다양한 상담프로그램으로 청소년의 중독 치료를 돕고 있고 그 효과도 입증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도 청소년 사이버도박 중독 예방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정과 학교, 정부, 지자체, 복지기관, 민간이 협력해 청소년들에게 손을 내밀고 중독에서 벗어날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단속이 능사가 아니란 사실은 이미 증명되고 있다. 청소년의 중독은 이처럼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긴 시간이 필요한 문제이지만, 건강한 미래를 위해 사회적 투자가 필요한 일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청소년 중독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예방과 치료 환경을 조성해야 미래 더 큰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청소년 사이버도박 중독은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우리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임을 직시하고 지역사회 전체가 나서야 할 때이다.
/조민식 서정대학교 청소년상담복지과 학과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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